향기 나는 편지 안광수

향기 나는 편지 안광수 향기 나는 편지 안광수 어둠 속에 내려오는 붓 하나에 생명이 잉태하고 캄캄한 어둠을 불빛이 비추며 또박또박 흩트림 없이 써내려 온 검은 눈동자 배어있는 향기 불빛이 닿을 때마다 여인의 향기가 묻어 가슴을 움츠리게 전율이 퍼진다 아 향기로운 편지 그 님을 받으며 어떤 향기로 자극해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 못 잊을 편지 자꾸 생각나게 … Read more

밤에 우는 파도 김성수

밤에 우는 파도 김성수 밤에 우는 파도 김성수 별도 졸고 있는 밤 항구의 품을 떠나 창백한 너 뛰어나오고파 나를 부르는 그 심정 왜 모르리 물 위를 미끄러지며 창백해진 너의 모습 꽃잎처럼 휘날리는구나 여인의 옷을 벗는 소리인가 흐느낌의 소리인가 왜 이리 애절하게만 들려오나 어두운 하늘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치는 소리 바람이 매질을 하나 어둠은 또 … Read more

다시 태어나면 꽃이 되고 싶어요 김경림

다시 태어나면 꽃이 되고 싶어요 김경림 다시 태어나면 꽃이 되고 싶어요 김경림 바람이 불어오고 힘은 나지 않아 땅속으로 몸이 꺼져들어가요 땅 밑 세상에는 바쁘겠지요 봄을 준비하고 세상을 새롭게 해줄 꽃과 나물 그리고 예쁜 나무를 위해 밤낮으로 수고하고 애쓰고 있어요 다시 태어나면 밝은 꽃이 되고 싶어요 우울하지도 않고 항상 밝은 얼굴로 그대를 웃게 하고 싶어요 힘을 … Read more

접시꽃 사랑 송명자

접시꽃 사랑 송명자 접시꽃 사랑 송명자 푸른 잎새 날갯짓이 그리워지는 계절 태양 빛에 타오르듯 연 다홍 꽃잎이 붉게 달아올라 긴 꽃대 하늘 향해 드리우고 누구를 기다리나 담장 넘어 활짝 핀 그리움 길게 감아 올려 물빛 사랑으로 말갛게 피어나 울 밑 장독대에 몸을 기대선 수줍은 핑크빛 속내가 꽃잎 같은 연 다홍 입술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밀어처럼 … Read more

소중함의 흔적 김소현

소중함의 흔적 김소현 소중함의 흔적 김소현 계절이 오가듯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다시 또 새로운 꿈을 꾼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고 당연한 일상들이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이 있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뭉그적 뭉그적 흐르던 나의 시간을 속절없이 머문다.

은난초 김해정

은난초 김해정 은난초 김해정 스치는 게 두려워 지나가는 바람에 눈을 감아요 숲속 낮게 드리워진 언덕 부끄러워 부끄러워 키 작은 몸을 움츠리고 발 덮인 푸석한 흙들의 독백 수줍어 소담한 미소 뿌리면 눈부신 하늘 아래 봄의 노래 바람의 언어 껴안고 하얀 꽃 피어나니 봄 자락에 화들짝 놀란 가슴 어린 듯 가냘픈 풀잎의 입술 청초하고 은은한 그 향기 … Read more

겨울여행 박동환

겨울여행 박동환 겨울여행 박동환 가득 찬 머릿속을 비우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남에서 북으로 쭉 뻗은 길에서 추위에 코끝이 빨갛게 꽃피고 입김이 뿌옇게 차창에 어린다 강원도의 칼바람은 머리털에 상고대를 만들고 나뭇가지와 함께 그림이 된다 개울마다 소복하게 쌓인 눈꽃은 서로를 껴안고 포근한 솜이불을 펼친다 겨울바람은 반갑게 얼굴을 감싸고 늙은 눈에 들어온 바람이 눈물로 각박한 … Read more

이형곤

이형곤 이형곤 낮에는 금빛 햇살 밤엔 찬바람 겨울 속에 봄인가 봄 속에 겨울인가 돌아앉은 동장군은 헛기침도 없는데 고단한 삶은 마냥 그대로인데 고로쇠 수액처럼 조신하고 더딘 행보가 입춘방 써 붙인다고 한달음에 올리도 없고 봄이 온다고 푸석한 살림살이에 무지개 뜰 리도 만무하지만 머지않아 손사래 쳐도 불어닥칠 꽃바람이려니 초라한 오지랖에라도 써 붙여보는 立春大吉 建陽多慶.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돼지꿈 이용철

돼지꿈 이용철 돼지꿈 이용철 그날은 아침부터 식구들이 분주해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습니다. 가마솥에 물이 끓어 김이 모락모락 칼 가는 소리에 집안도 떠들썩했습니다. 이웃 마을 장정 두 사람이 다가오더니 밧줄로 내 다리를 묶으려 했습니다. 깜짝 놀라 걸음아 하고 달렸습니다. 평소 동네 골목과 들판을 쏘다녀 넓적다리 힘살은 탄탄했으며 돼지 족발은 굵고 강건했습니다.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향해 달리다가 뿌리에 … Read more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그날도 논에는 썰매 타는 아이들로 바글바글했다 오빠들 사이 잠시라도 얻어 타고 싶어 논 가에서 발 동동 굴렸던 아이 겨울 찬바람이 스웨터를 뚫고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아도 그 재미를 짐짓 알기에 심장은 두 배로 뛰었다 기다란 막대 끝 송곳에 상처 낸 손톱 그 후로 난 썰매의 설렘은 아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