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허공에 턱 괸 달빛에선 하품이 늘어지고 관음의 쫄깃한 속살 엿보던 고양이가 보채는 야릇한 울음 귓가에 거슬린다 행간에서 노숙하며 서정에 취하던 시인의 행색은 초라하고 눈동자는 몽롱하다 나르시시즘을 견디지 못해 지린내 나는 전봇대를 붙잡고 밤새 게워내는 조잡한 감흥 떠돌이 개가 먹어 치운 역겨움은 어리마리하고 그 와중에도 벚꽃은 몽정 중이다 느슨한 행간을 … Read more

메기의 추억을 읽고 맹태영

메기의 추억을 읽고 맹태영 메기의 추억을 읽고 맹태영 울음이 끌고 눈물이 밀고 가는 한 편의 슬픈 기차를 타고 메기 클라크여! 우리가 갑니다 싸늘히 식은 관과 그칠 줄 모르는 아이의 울음을 싣고 눈부신 사랑이 피어나던 금잔디 언덕 온타리오 호수가 보이는 그곳으로 메기 클라크여! 우리가 갑니다 사랑을 피운 당신들의 고향 잔디에 누우면 하얀 데이지 꽃이 하늘을 가리던 … Read more

봄의 소리 이기택

봄의 소리 이기택 봄의 소리 이기택 봄비 머금어 겨우내 헐벗었던 나목 연둣빛 실눈을 뜬다 명지바람에 뭉게구름 노닐어 숲 속 새들은 꽃소식 재촉하고 잠에서 깬 개울물 속삭이듯 흐른다 새소리 물소리 어우러져 준비하는 봄의 향연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봄이지예 석운영

봄이지예 석운영 봄이지예 석운영 샛노오란 유채 꽃잎이 피면 허어 심쿵 봄이지예 여기도 봄 저기도 봄 하늘엔 봄볕 향기 꽃 춤을 추고 땅 기운에 곱게 피어난 예쁜 꽃들도 모두 봄이지예 매화는 아파트 화단 주택 뜰 산과 들 곳곳에 뽐 부리고 봄을 앓는 뭇 가슴속 기어이 피워 내면 봄이지예 어느 시인의 詩心에도 봄은 꽃 詩가 되어 곱게도 … Read more

새벽빛 이정민

새벽빛 이정민 새벽빛 이정민 밤길 헤매던 캄캄한 바람 허우적거리며 깨어나지 못하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는 새벽 희뿌연 산 능선을 타고 울타리 두른 나목 사이로 침묵하는 어둠을 밀어내는 아침을 바라본다 밤새 얽히고설켜 무의미의 심연을 팠던 심사 다시 묻어버리고 야트막한 산을 곁에 누인다 새벽빛으로 찾아온 너에게 나는 나의 산을 보낸다 마른 가지에 잎눈 꽃눈을 달고서 ♨ 소식받기 … Read more

재첩국 장수 서형오

재첩국 장수 서형오 재첩국 장수 서형오 주말 오후 골목길이 출렁거린다 섬진강을 이고 다니는 저 아낙이 발걸음으로 캐어 낸 자음과 모음들을 그윽이 우려서 저리 맑은 강물의 가락을 지었으리라 재첩국 사이소오, 재첩국!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생명이 생명을 먹고 정상화

생명이 생명을 먹고 정상화 생명이 생명을 먹고 정상화 죽은 생명을 어금니로 씹는다 살아가기 위하여 밥 한 술 속 나락 씨눈을 씹고 고등어 눈을 씹고 미역의 살아 있는 세포를 씹고 멍텅구리 고소한 뼈를 씹고 배추 삶 난도질한 김치를 씹고 시금치 겨울 견딘 의지를 씹고 고사리 봄 끓인 국을 삼키고 저녁 밥상 트림으로 끝낸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 Read more

휴전선에 댕강나무 꽃을 심자 맹태영

휴전선에 댕강나무 꽃을 심자 맹태영 휴전선에 댕강나무 꽃을 심자 맹태영 녹슨 철책선을 걷어내고 걷어낸 철책선으로 큰 쇠종을 만들자 비방의 메아리가 넘실대던 삼팔선에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총칼을 내려놓고 호미와 삽을 들고 지뢰밭을 갈아엎고 움푹 팬 구덩이에 나무를 심자 바람에 가지가 부르지면 동강나서 아프다고 말을 하며 꺾으면 댕강댕강 소리 내는 키 낮은 나무를 심자 종 모양을 … Read more

운해 이기택

운해 이기택 운해 이기택 한라산 저 설원 속 연록 빛 움트는 봄 깊은 밤 몽유하듯 백록담 회유回遊한다 인간사 망망 운해雲海를 예서 보고 있어라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내 친구는 서숙지

내 친구는 서숙지 내 친구는 서숙지 내게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가 있지요 하루 일과를 끝내고 피로에 지칠 때면 느닷없이 톡으로 장문의 위로를 보내주고 어느 날 눈이 시리게 푸른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허리 펴고 하늘 좀 보라고 비가 오는 날은 우산 챙겼느냐 햇볕 뜨거우면 선크림은 발랐느냐 아침 잘 챙겨 먹고, 약도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