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이진섭

이끼 이진섭 이끼 이진섭 가을 하늘 부둥켜안고 밥상 위에 놓인 사십 첩 반상에 밥숟가락 하나 얹어도 흔적의 뒤태를 찾을 길 없어 흐르는 냇물에 밥을 말아 비쳐보았다. 냉랭한 가슴은 뿌리를 드러내고 메마른 가지는 화로가 되어 못나게 타들어 가도록 쓸데없는 고집의 말로는 둥둥 떠돌이 외기러기를 만들었지. 때묻지 않은 차가운 이파리에 푸른 잎 기대어 기생하는데 꽃이 아니면 어떻고 … Read more

구절초 조은영

구절초 조은영 구절초 조은영 일 년 만에 만나도 변함이 없구나 친구란 그런 것 잠시 쉬어가라 옆자리 내어 주며 행복한 웃음 활짝 활짝 새들의 이야기는 늘 다정하고 햇살이 따사롭다며 하늘을 손짓하는 멋진 나의 친구 아무런 말이 없어도 좋구나 바라만 봐도 좋구나 친구란 그런 것 내 모습 너를 닮아가 하애져도 내 마음 너를 닮아가 변함이 없단다

믿음과 신뢰 나영민

믿음과 신뢰 나영민 믿음과 신뢰 나영민 화분을 다듬고 온갖 애정을 쏟았으니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냥 피는 꽃은 없을 겁니다

달밤이 계절을 켠다 이진섭

달밤이 계절을 켠다 이진섭 달밤이 계절을 켠다 이진섭 파고드는 바람이 멈추면 시린 가슴도 사라지겠지 기울어진 저 산마루 뉘엿뉘엿 해는 여울지고, 절규하며 앉은 땅거미 사잇길로 오늘 밤, 호롱의 불은 노랗게 켜지나! 뱅그르르~ 뱅그르르~ 뛰놀던 바늘은 돌고 돌아도 한치 눈앞을 가린 먹구름에 별빛은 반짝이니, 헐거워진 마른 잎 핏줄만 보여도 오래도록 널 잊지 못할 거야 보름달 첫인상 그때 … Read more

이제는 즐길 시간 정종명

이제는 즐길 시간 정종명 이제는 즐길 시간 정종명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날이 그날 같은 헐렁한 날들 땀 흘린 자신을 위해 짬 내어 씹은 커피 한잔 앞에 놓고 달콤한 환희에 젖어 충전의 시간 어떤 위로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 지친 심신을 녹이며 용광로에 불처럼 달아오른 육신 어둠이 내린 거리엔 가로등 불빛만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는 … Read more

날개 잃은 코스모스 이진섭

날개 잃은 코스모스 이진섭 날개 잃은 코스모스 이진섭 밝은 낮달에 숨어볼까 반쪽짜리 가슴이 행여나 보일까 한참을 허공 속에서 두리번두리번 진정 남의 일이 아니었다. 가학의 미학으로 온몸에 물들이고 춤사위에 휘말려 한들거리면 벌겋게 바래버린 세상에 한 번쯤 내 몸을 맡겨도 좋으련만, 헤어질 줄 모르는 나비가 휘영청 어깨 위를 맴돌던 하늘에 식어가는 마음일랑 녹아내리지 않도록 널 따라 하늘 … Read more

가을 전문 박명숙

가을 전문 박명숙 가을 전문 박명숙 가을엔 말이야 연민으로 나를 안아주고도 싶고 해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투정도 부리고 싶다 그래도 좋은 것 같은 가을꽃 품에 안기어 향기에 취하고 그리움에 물들면 나의 가을은 깊어가고 나의 사랑도 매일 아름다운 노을빛에 붉게 붉게 번지는 따뜻한 빛이 스며들겠지 눈에 들어온 것마다 촉촉한 물기가 어리고 눈썹달을 그리는데 몸에 익히는 것마다 기억의 … Read more

달개비꽃 김경림

달개비꽃 김경림 달개비꽃 김경림 들풀 사이 닭장 옆에 핀 어여쁜 달개비야 아담한 모습에 지나칠 뻔했어 조심조심 다니세요 밟지 않게 흔하다 눈 돌리지 말고 외로운 자주색 달개비꽃을 바라보세요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발길을 붙잡았는지 사랑스럽고 눈치가 있어 다 알아 들어요 들꽃을 보면 스쳐가지 마시고 눈 한번 맞춰서 사랑한다 고백하면 향기롭게 살아나요 외로우세요 친구 같은 달개비꽃을 … Read more

어미니의 호미 김경림

어미니의 호미 김경림 어미니의 호미 김경림 아침에 일어나 꽃씨를 들고 텃밭으로 가면서 호미 한 자루 챙겼다 꽃향기 진동하는 꽃밭을 만들고 싶은데 작은 텃밭도 마음대로 안 되네 어머니는 종일 호미로 김을 매신다 풀도 뽑고 고랑도 만들고 한번 앉으시면 일어서서 허리 펴기 힘드신데 비 오는 날 다음에는 더 많은 일을 하시는 어머니 호미 없는 곳에서 사셨으면 좋으련만 … Read more

부서지는 파도 안귀숙

부서지는 파도 안귀숙 부서지는 파도 안귀숙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향이 녹아 있는 한 잔의 찻잔도 안개꽃 한 다발 꽂아 놓은 허리 잘룩한 탁자 위의 화병도 먼 곳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슬퍼 보이는 것은 그리움 이것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가 없다는 질긴 사랑마저도 부서지고 깨지고 나면 모든 것들이 추해 보이기만 하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부딪쳐서 깨지고 부서질수록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