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조향순

그대 조향순 그대 조향순 솔가지에 가득한 꽃 구름 따와 그리움의 채반에 말렸습니다 비죽비죽 떼어낸 마음을 소담하게 보내 드리오니 그리움이 달빛에 환하게 말리는 날 꺼내 보세요 발목까지 꽃눈이 차오르는 날 꽃 가람까지 걸어서 갈 테니 그대여 달맞이꽃 신발 신고서 마중 나오세요

기다림 김인숙

기다림 김인숙 기다림 김인숙 만날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까꿍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고 깜짝 놀라게 하려고 몰래 숨어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립니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만 해도 금세 눈물 나는 내 따뜻한 심장 같은 당신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부부의 세월 전은행

부부의 세월 전은행 부부의 세월 전은행 한밤중 잠이 깨어 뒤척이다 낯설고 외로운 등을 보았다 활처럼 휘어 웅크린 조그맣고 딱딱한 등을. 한때는 꿈 많은 소년이었고 꼿꼿한 등을 가졌던 청년이 삶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외롭게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밤이 짧아 긴긴 사랑을 나눌 수 없다던 남자는 거친 세월과 싸우다 지쳐 휘어진 등에 허무의 집을 짓고 언젠가부터 캄캄한 … Read more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천양희-

너에게로 가는 길 김영자

너에게로 가는 길 김영자 너에게로 가는 길 김영자 바람을 넘어 꽃길을 걸어 저 까만 하늘에 걸어놓은 마음하나 눈물을 삼키고 웃음을 짓고 세월에 투영되던 날 푸른 하늘이 안겨오고 따사로운 햇살의 감촉에 눈을 뜨고 너에게로 가는 길 내 안에 네가 있고 내 안에 내가 있어 숨 쉴 수 있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의 자동차 윤석진

생각의 자동차 윤석진 생각의 자동차 윤석진 바퀴는 자신을 알고부터 제 살을 불려 구르는 것에 대하여 무거운 발을 데리고 어디든 갔다 바람을 채우고 사는 일마다 몸은 야윈 수명을 마치는 날까지 세월을 허비하고 갉아먹는 굴림의 속도 타이어는 제대로 부풀 때 구른다 약속은 시간을 멈추는 순간부터 바람 빼는 풍선처럼 푸드덕 태엽을 감고 날마다 공처럼 자전하며 산다 늙은 시계는 … Read more

유채색 봄이 오는 길목 김기철

유채색 봄이 오는 길목 김기철 유채색 봄이 오는 길목 김기철 시샘 비바람 흔들리다 지친 우수의 동백 나뭇가지에서 선잠 깬 동박새 꾸벅꾸벅 졸고 쉬이 피고 진 동백꽃 잎새마다 생채기 아린 비분 소리 드높다 잎새보다 제 먼저 핀 매화 이미 유채색이 되어 가는 시간 산천초목 기지개 켜는 소리 산개구락지 놀라 눈을 뜨고 이슬 머금은 실개천 버들개지 해해연년 … Read more

생각을 덮어 씌운다 정상화

생각을 덮어 씌운다 정상화 생각을 덮어 씌운다 정상화 코로나보다 무서운 프레임이 마술처럼 착각의 세계로 끌고 간다 평생 농사지으며 착하게 살아온 이웃집 할머니는 대추 한 알 주워 먹고 도둑이 되고 평생 권세 누리며 착한 척 살아온 장관은 온갖 탈법 불법 저질러도 마음 빚진 선한 사람이 되고 감자 먹고 나무 하며 도인처럼 사신 배내골 외할아버지는 빨갱이로 낙인찍혀 … Read more

오늘도 걷는다 정외숙

오늘도 걷는다 정외숙 오늘도 걷는다 정외숙 한 발을 다른 발 앞으로 내딛으며 삶을 걷는다. 다리를 움직이며 걸을 수 있슴에 감사하고 마음을 움직이며 존재의 이유에 기쁨을 느낀다. 무엇을 위해 걷는가? 거대한 목적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 내가 걷는다는 것이다.

아픕니다 안광수

아픕니다 안광수 아픕니다 안광수 아픕니다 마음이 아파가는 시간 슬픕니다 이 시간이 괴롭습니다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악몽의 시간을 이제는 마음을 상통하며 가슴의 불덩어리 온유하게 보내는 시간이 그립습니다 슬픔의 눈물을 흘릴 때마다 생각이 날 때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마음의 그릇 청결하게 담을 수 있는 인내와 양보로 함께하는 시간 그리워집니다 내 탓이여 나의 부족한 탓에 고통받는 분에 사죄하며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