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 안에 오네 김경림

가을이 내 안에 오네 김경림 가을이 내 안에 오네 김경림 숲속에 단풍이 울긋불긋 빛나기 시작할 때 나뭇잎들이 청명한 하늘 아래 자유롭게 춤추네 깊은 산속이 붉게 타오르면 틈새로 부는 바람도 억새 넘실대며 울어댈 거야 산사람들이 삼산 캐러 오르던 바윗길 버섯들이 길을 안내해주고 있어 준비된 시간이 지나고 이별의 시간이 오기 전 널 만나고 싶어 가을비가 내리면 산속 … Read more

코스모스 김순옥

코스모스 김순옥 코스모스 김순옥 바람이 분다 웃으며 흔들리는 코스모스는 오늘도 변함없이 해맑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두둥실 바람은 살랑살랑 더없이 쾌적한데 웃지 않을 수 없는 질서이다 그때 우리도 그랬다 아날로그 미지를 싣고 설레이던 통학 열차 철로 변에 무리 지어 핀 코스모스였다 가냘픈 허리에 세상의 노심초사 아랑곳 없이 20세기 물결을 타고 하하 호호 배를 잡고 눈먼 한 … Read more

고도리 고등어 새끼 김해정

고도리 고등어 새끼 김해정 고도리 고등어 새끼 김해정 자작하게 저물어가는 바닷물에 그을린 우뚝 솟은 바위섬 하얀 포말 환희의 눈물 쏟으며 굽어진 마음 멀미하듯 철썩철썩 물때 맞춰 등짝을 차고 간다 너도 나처럼 한때 커다란 꿈을 가지고 푸른빛 눈으로 태어났을 텐데 아득히 먼 수평선 그곳으로 갈 수 없는 긴 아쉬움 어린 마음에 담긴 해무에 가려진 키 작은 … Read more

인과 연 전연복

인과 연 전연복 인과 연 전연복 구름이 바람에게 당신은 나에 손이고 발입니다 바람은 구름에게 당신은 나에 모습이고 혼입니다 구름이 바람 따라 걷고 바람은 구름 따라가고 인과(因果) 연(緣) 둘이 하나인 듯 같이 갑니다. 우리네도 구름처럼 바람처럼 인연으로 만나 살다 가는 것을요

꽃은 지고 낙엽은 피고 김해정

꽃은 지고 낙엽은 피고 김해정 꽃은 지고 낙엽은 피고 김해정 길모퉁이 담장 너머 바람이 허탈한 웃음을 짓고 살아가는 일상 속 짓누른 어깨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겨우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에 역경의 꽃이 피어난다 어느 날 내가 숨 쉬어 온 허공 사이로 뱉어 낸 삶의 지침서는 속삭임이 되어 뿌옇게 안개처럼 목덜미를 타고 한 올 한 올 … Read more

어느 한쪽 박서진

어느 한쪽 박서진 어느 한쪽 박서진 어느 한쪽으로 보면 편안한 시선이 있다 바람도 불어와 계절의 풍요처럼 넉넉해진다 두 팔 벌려 다가올 것 같은 구름도 좋아라 수북이 미소 짓는 국화향이 좋아라 어느 한쪽을 보면 좋아라

바닷가 추억 김화숙

바닷가 추억 김화숙 바닷가 추억 김화숙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진 바닷가 철석이는 파도 소리 추억을 소환한다 시간을 벗어놓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바다 안에 떠있는 섬처럼 홀로 드러내며 또한 여럿이 어울리며 더욱 단단해지고 어둠이 짙어지고 모닥불이 피워지면 속내를 털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 순간을 공유하고 오롯이 내게 주어진 시간 사람이 뜸한 한적한 곳이기에 더 … Read more

꽃무릇 이윤선

꽃무릇 이윤선 꽃무릇 이윤선 봄 향기 잊을 즘 연분홍 벚꽃잎 잊을 즘 꽃, 꽃, 다 잊을 즘 봄 가고 여름 가고 잊을 즘 총 맞은 것처럼 피빛 꽃 무덤 갈바람 스산히 불어도 오롯 피어 눈맞춤하잖다 걷던 걸음 돌아 돌아 오라고

가을바람 속으로 김화숙

가을바람 속으로 김화숙 가을바람 속으로 김화숙 무채색 향기로운 너 창문을 흔들고 마음까지 흔들어 놓고 숨 가쁘게 뛰어라 바람아 익명의 화가는 저토록 고운 수채화를 그려놓고 오늘도 처연히 덧칠하네 설렘의 길 어제 웃던 꽃들이 오늘은 함박웃음 내일은 또 얼마나 설렐까 꽃향기 바람 타고 새들은 호록 호로록 무엇을 마시는 걸까 툭툭 터진 가을 멀미를 하는 걸까

기억상실 김경림

기억상실 김경림 기억상실 김경림 8년 동안 개인회생을 위해 성실하게 돈을 갚았다 하나님은 왜 머릿속 기억을 지우신 걸까 많은 돈의 빚이 왜 생겼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밥통 5만 원짜리 5개월 할부를 한 것이 마지막이다 다른 손이 썼으면 모를까 그런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거지 그만은 돈을 팔 년 동안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빚을 갚았다 살면서 지은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