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모서리 문영길

밤의 모서리 문영길 밤의 모서리 문영길 애국가가 끝나고 TV 화면에서 눈을 떼면 지겨움 뒤로 심심함이 밀려오는 상실의 시간 노인은 남은 어둠의 길이를 잰다 그의 취침시간은 늘 새벽 첫차가 지나간 후라서 그동안은 멀뚱멀뚱 천장의 무늬를 센다 막걸리 두 통이면 수형의 시간을 너끈히 넘기는데 홀쭉한 주머니는 냉정하다 곰팡이 번식하는 습한 어둠 속에서 드라큘라처럼 신선한 절망의 목덜미를 깨문다 … Read more

꽈리고추를 볶다가 맹태영

꽈리고추를 볶다가 맹태영 꽈리고추를 볶다가 맹태영 말라서 구겨진 듯한 고추의 얼굴과 쪼글쪼글한 굴곡의 삶 동병상련인가 나이 들어가면서 좀 덜 매운 꽈리고추에 입맛을 빼앗긴다 더 유혹적인 것은 다른 재료와 궁합을 잘 맞춘다는 것 자신의 성질을 죽이고 둥실둥실 어울리는 그 맛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가을 끝자락에 서면 이기택

가을 끝자락에 서면 이기택 가을 끝자락에 서면 이기택 아직 떨구지 못한 나뭇잎의 아스라한 절규 귓가에 맴도니 애처로워 가던 발길 멈추고 긴 한숨을 몰아쉽니다 가을 끝자락에 서면 위초리에 매달려 빛이 바래가는 잎새들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은 겨울의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진 탓인가 봅니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초겨울 석운영

초겨울 석운영 초겨울 석운영 찬 바람이 불어와 차가운 겨울 인사를 합니다 이젠 겨울이니 날 인정해 주시죠 아냐 아직 내 맘은 늦가을이야 둘은 꽤나 긴 줄다리길 합니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사랑은 슬픈 거래요 김경철

사랑은 슬픈 거래요 김경철 사랑은 슬픈 거래요 김경철 사랑이란 걸 몰랐죠 어느 순간 그대 내 맘속에 들어왔네요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도 오늘도 나 당신을 기다려요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을 했죠 서로 사랑하며 감정을 키웠지만 이제는 떠나간대요 그 사랑을 믿었기에 눈물이 마르지 않아요 사랑은 슬픈 거래요 언제 올지 모르죠 떠난 사랑 못 잊어 밤새워 기다려요 다시 못 올 … Read more

행복한 아침 이정민

행복한 아침 이정민 행복한 아침 이정민 긴 어둠을 헤치고 먼동이 트는 새벽이면 포근하게 감싸 안는 따뜻한 숨결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쓸쓸했던 간밤의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 당신이 보내는 햇살에 온실 속에 핀 꽃처럼 따스한 온기로 하루를 열면 창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비어 있는 아침을 생기롭게 채워주는 사랑을 느낍니다 이런 날이면 피크닉 바구니에 예쁜 음식 가득 채워 … Read more

나이테 서형오

나이테 서형오 나이테 서형오 엄마가 배냇적처럼 구부러진 걸 보고 시간이 둥글게 흐른다는 걸 알았다 엄마를 켜 아흔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굴리어 왔던 바퀴를 들여다보았다 요양원에 톱밥 같은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길 나동수

길 나동수 길 나동수 수없이 많은 길들이 하나씩 닫혀가고 있다. 꽃 피던 계절에는 세상 사방팔방이 모두 길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참으로 많았다. 노랗게 익어가던 계절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제법 있었다. 낙엽 다 져 가는 지금 몇 가닥 남아 있는 길마저 닫혀가고 있다. 지도처럼 선명해져가는 몇 가닥 남은 길 … Read more

겨울 하늘 김해정

겨울 하늘 김해정 겨울 하늘 김해정 솟대는 일생을 살아온 삶 성에 낀 떨림의 하늘을 지키는 거지 바람이 나자빠지는 허공 헐벗은 물고기는 눈물겹게 물길 질에 차디찬 하늘을 원망하고 기꺼이 눈보라를 보란 듯이 선물로 내미는 하늘의 평화스러운 이슬의 눈꽃 별들도 추위에 반짝이며 호들갑을 떠는 거지 하늘은 어머니처럼 넓고 높다지만 툭, 툭, 삭풍으로 부딪힌 상처 켜켜이 눈과 마음을 … Read more

세레나데 박동환

세레나데 박동환 세레나데 박동환 한 사람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한곳을 보며 서로에게 맹세했지 살아가면서 흔들림도 많더라 언약은 잊히고 마주 보면 언성이 커졌지 서로에게 기대는 마음이 사랑이라 착각을 했었네 빈자리를 채우는 게 사랑인 줄 알았네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눈을 뜨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걸 밤이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