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김화숙

바람길 김화숙 바람길 김화숙 뽀얀 물안개 커튼을 드리운 잔잔한 호숫가 청초한 마음 하나 띄우고 푸른 물결 넘실대며 하늘빛 출렁이는 그리움 봇물처럼 밀려오네 여백을 두드리는 생의 여정 길 태양의 열꽃 도도한 정점을 찍고 바람의 기억을 더듬는 공허한 가슴에 한줄기 빛으로 오는 그대여

기약 이윤선

기약 이윤선 기약 이윤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야 아나요 한마디 말하지 않겠어요 꽃도 아닌데 나무도 아닌데 우습지요 예전처럼 망아지였다면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실반지 하나라도 끼워달라 했을 거예요 눈으로 살짝이 말하고 싶고 잔기침으로 말하고 싶어졌어요 재작년 가을이 작년 가을이 살짝이 가르쳐 주었어요 있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금년 가을은 살며시 나뭇잎처럼 빨갛게 물만 들겠어요 나도 … Read more

능소화 연정 안광수

능소화 연정 안광수 능소화 연정 안광수 곱게 차려입은 주황색 치마를 입고 언제나 담장을 바라보며 그리움의 시름하며 이제나저제나 타들어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요 달덩이가 비추는 담장 넘어 곱게 핀 꽃을 보며 눈물로 하소연하고 육신의 고통을 참으며 그리움의 하나로 목숨을 연명하고 당신의 향한 열정 사모의 꽃을 피우며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카라의 미소 이진섭

카라의 미소 이진섭 카라의 미소 이진섭 해가지고 달이 뜨면 서산의 달을 사랑하였고 달이지고 해가 뜨면 들녘의 해를 사랑하였다. 그리움의 작은 미소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살포시 길섶을 거닐던 발걸음의 희미하게 사라진 옛 기억만으로 내 곁을 서성이는 그대가 난 그리웠다. 때론 모질게 흔들려야 했던 이름 모를 갈잎의 목소리가 귓가에 더 이상 밀려오지 않는 것이 난, 그 … Read more

금꿩의다리 백승운

금꿩의다리 백승운 금꿩의다리 백승운 숲속에 장끼와 까투리의 사랑이 푸드덕 날개를 치니 꺼병이 같은 정갈한 꽃이 피었다 하늘하늘 가녀린 다리 위에 보랏빛 꿈을 품고 품어 눈부신 기다림의 시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았고 눈으로 들어온 꽃잎 가슴으로 환호하며 황홀한 금빛 사랑에 심장이 녹아 보랏빛으로 하늘 위에 핀 미소 꽃잎에 떨어지는 조바심 바람에 꿩의다리가 춤을 추면 유혹에 흔들리는 나 … Read more

사랑은 그래요 김해정

사랑은 그래요 김해정 사랑은 그래요 김해정 말로만 주고받는 사랑은 하지 마세요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보세요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곗바늘이 초침을 가리듯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살아가면서 많다는 것을 은연중 모르고 살아가지요 사랑은 그래요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갖고 싶고 꿈을 꾸듯 영화처럼 보이고 싶어져 주는 건 모르면서 받는 것에 익숙해 조금만 … Read more

잃어버린 향기 구문초 이진섭

잃어버린 향기 구문초 이진섭 잃어버린 향기 구문초 이진섭 내게서 멀어진지 오랜 세월 꽃 내음 봄에서 새가슴 겨울까지 그 무엇도 흐느낄 수 없는 꽃이 아닌 야생으로의 운명! 코끝에 내걸려 날아간 향기 해변의 산장을 두리번두리번 주름진 너털웃음 갯바위 앉아 서성이는데, 연분홍 입술 살짝 깨물어 입가에 물고, 장밋빛 흉내 내기도 귀찮은지 가슴속에 여여한 날들만 절절 끓는다.

오래된 마음 박서진

오래된 마음 박서진 오래된 마음 박서진 햇살에 녹아 나른한 오후 꿈을 꾸듯 흔한 생각들 가두어 둔 그리움은 비틀거리면 나타나 하루를 흔든다 어디쯤에서 서 있어야 하는 걸까 멈출 줄 모르는 구름 한 조각 비라도 내려 우울함을 씻겨 다오

장마 나동수

장마 나동수 장마 나동수 그거 아니? 네 웃음이 장마철에 잠시 비친 햇살 같다는 걸. 네가 우울하면 내 가슴에 장마 지거든.

도깨비 씨름 문영길

도깨비 씨름 문영길 도깨비 씨름 문영길 비몽사몽 잠 깰 무렵 그럴듯한 詩 한 편 완성하고 어설프게 만난 만족감 눈 뜨면 도망가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았건만 일어나 조심스레 기억을 되짚으니 야속하게 꽁무니 뺀 가물가물한 시어들 밤새 씨름한 도깨비는 어디 가고 빗자루처럼 달랑 남은 볼펜 한 자루 詩라는 도깨비랑 씨름하다 백지위에 제목만 붙잡아놓고 추궁하지만 허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