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전화 김해용

친구 전화 김해용 친구 전화 김해용 전화가 왔다 친구한테 가끔 경조사 때 스치듯이 보곤 이십 수년만이다 눍어지면 친구는 줄어들고 지인만이 는다던데 까맣게 잊고지낸 세월이 허망하다 카톡으로 근황도 알고 귓전으로 소식도 전해듣는 세상에 살지라도 앞으로는 가끔 얼굴보고 직접 목소리도 듣고 자주자주 봐야지 썩 잘 살은 인생도 아닌데 뭐 별거 있다고.

가을은 정녕 박명숙

가을은 정녕 박명숙 가을은 정녕 박명숙 스치는 바람결에 솔 냄새 쑥부쟁이 국화가 가을 향기를 풍기고 달콤한 사과 향 입안 가득 고이면 발그레한 내 두 볼이 가을빛 수줍은 소녀가 되고 누렇게 익은 벼가 사락사락 가을이 오는 소리를 내고 논두렁 귀뚜라미 여치 노래하고 방아깨비 풀씨 방아 찧는 소리에 놀란 바둑이가 짖는다 코스모스 아가씨 허리춤에 향긋한 꽃내음 날리면 … Read more

파랑새를 찾아서 김수용

파랑새를 찾아서 김수용 파랑새를 찾아서 김수용 안개비가 내리는 아침 하얀 운무에 갇힌 골짜기에 깊게 울려 퍼지는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처량하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 경운기의 요란한 엔진 소리는 숲의 적막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이슬에 젖은 풀잎 사이로 다가오는 아침 햇살이 눈에 부시다 야윈 어깨를 따라 흐르는 고독의 그림자는 반복되는 삶의 투쟁을 예견하고 또다시 삶의 터전을 … Read more

백일홍 이현천

백일홍 이현천 백일홍 이현천 길 모퉁이 백일홍 꽃을 피웠다 백일을 피었다 지는 꽃을 보면 멀리 가을이 보이는가 싶다 떨어진 꽃잎 쉬이 눞지 못하고 초롱하다 그걸 두고 어떤이는 그리움이라 말하고 어떤이는 미련이라고 말한다 그리움이든 미련이든 두고온 것에 맘을 놓는 건 생명있는 것의 운명 떨어져 붉은 백일홍 꽃잎을 보며 내 맘이 일렁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혹서酷暑의 시간이 … Read more

애정이 머무는 곳 나영민

애정이 머무는 곳 나영민 애정이 머무는 곳 나영민 꽃이 주는 의미 늘 그자리 함께함이라 바라보는 곳 그곳이 다를지라도 그러면 어때 그래도 좋은 것 수 세월 계절은 흐르고 그 세월에 흐트러져 가도 자리를 지켜 반겨주는 우직함 애지중지 가꾼 보람의 답이란 가끔 얼굴 내 보이며 화답이라 너와 나 인연을 엮은 세월 지고지순하여 오늘도 널 마주하며 온갖 수식어를 … Read more

코스모스 이석도

코스모스 이석도 코스모스 이석도 반짝반짝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면서 다짐하더만 말짱 도루묵이 되었군요. 한들한들 임 그리움 떨치려 온몸 흔들더니 이내 두 눈 감고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있네요. 아! 소녀의 첫사랑도 하늘 올라가 별 됐나 봐요

붉은 메밀밭 임명실

붉은 메밀밭 임명실 붉은 메밀밭 임명실 고단함을 안고 거칠게 숨 쉬던 날 그리움 한점 남기려고 찾아 왔어요 심신을 풀어 놓고 동강을 노닐다 보니 사랑이 짙어 빨갛게 물든 메밀 밭을 걷고 있더이다 뜨거운 가슴은 연민으로 물들어 나비마냥 살포시 내려 앉으니 그리워 하는 마음 이토록 진하다면 두 심장을 포개어 보듬어야겠지요 붉은 메밀 꽃 잔에 그대를 가두어 봅니다 … Read more

여름은 김성수

여름은 김성수 여름은 김성수 덥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이른 아침에 밖을 나가 보니 벌서 풀잎에 울어 고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얼마나 더웠으면 밤새도록 흐느끼며 울었을까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것도 슬플 텐데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더 슬퍼 울었을 것이다 그 눈물마저 마셔 버리는 태양은 이글 거리며 정수리에 앉아 따라다닌다 얼마나 더 몸에서 … Read more

배롱나무 이석도

배롱나무 이석도 배롱나무 이석도 얼음마저 땀 흘리는 더위에 입맛 잃은 아이들이 안쓰러웠을까?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 못 이루는 노인들이 걱정됐을까?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석 달 열흘 이어서 피는 주름 예쁜 붉은 꽃 초록세상 삼복더위 내내 힘내라 응원하며 행복 뿌린다.

로또 신앙 이형곤

로또 신앙 이형곤 로또 신앙 이형곤 로또방 앞에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행운이라도 옮겨갈까 염려되는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짝수 홀수를 조합하고 분석하는 행위조차 부질없는 일 같아 자동으로 뽑아가는 사람, 식구들 생일을 찍기도 하고,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군번을 소환하고, 정조준이라도 하려는지 아슴한 개인 화기 넘버까지 애써 떠올린다 믿지도 않는 예수님 부처님까지 동원 하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