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최정민
시간의 등 뒤
여백을 채워놓은 적막은
잿빛 허공에 어깨를 기댄다
은은히 번져오는 안개 속에
물들어 가는 사람들
그곳에 낯선 내가 서 있다
바람이 흘리고 간 미명의 표정들
차오르는 그 무엇을 찾기위해
유영하던 시간, 해갈되지 못한 번뇌가 파문을 듣고 서 있다
골목길 휘감아 겹겹이 꿰맨 세월
가끔은 목이 메는 붉은 추억
한 움큼이
옷소매를 파고든다
흘러간 시간
아련히 새겨진 진한 흔적이 내 가슴에 꽃물처럼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