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빈집 최은주

가을 빈집 최은주
가을 빈집 최은주


가을 빈집 최은주

늙을 것 같지만 늙지 않는 정이 있고

세월 가면 잊힐 것 같은 그리움도 있다

가을 빈집엔 거미줄이 울타리를 만들고

감나무엔 온갖 새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달콤한 만찬을 즐기고 있다.

처마 끝에 대롱이라는 가을 햇살은

마루 밑에 자 울고 있는 길고양이 이불이 되고

토방에 개미떼 줄지어 다니는 길엔

뒷집 닭들이 모여 배를 채우고 있다

맥없이 무너져 가는 흙담엔

키 작은 맨드라미가 자리를 잡고

반쯤 열린 사립문엔

오래 묵은 고지서 한 장이 빈집을 지켜보고 있다

형체도 사라진 채 그렇게

가을 빈집엔 따듯한 온기 대신

추억만이 쌓인 채 인기척은 없었다.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