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신앙 이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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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방 앞에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행운이라도 옮겨갈까 염려되는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짝수 홀수를 조합하고 분석하는 행위조차 부질없는 일 같아 자동으로 뽑아가는 사람, 식구들 생일을 찍기도 하고,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군번을 소환하고, 정조준이라도 하려는지 아슴한 개인 화기 넘버까지 애써 떠올린다

믿지도 않는 예수님 부처님까지 동원 하는 집착은 결국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절망만 배당받지만 “이번에 서울 한 번 다녀오세요” 하는 주인 여자의 상투적인 빈말이 그 어떤 복지 정책보다 따뜻하게 다가오는 건 인지상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