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정상화

호박꽃 정상화
호박꽃 정상화


호박꽃 정상화

저놈의 호박벌 말벌 좀 보게나

사발만 한 깊은 꽃 속에 노란 꽃가루

뒤집어쓰고 헤매는 꼴 좀 보게나

넉넉한 가슴이 낳은 풍성함

보리장에 몸을 다진 살내음

누구와도 궁합이 맞는 팔방미인

애호박을 낳고

노릇이 구운 전이며

달콤한 죽을 만든 누렁 뎅이를 낳고

욕심을 비워낸 속은 또 어떻고

사랑을 머금은 풍성한 여인

꾸밈없이 편안한 친구 같은 여인

풀밭 사이 궁뎅이 살짝 까고

쉬하는 부끄럼 타는 여인

모두를 주고도 더 줄 것이 없나

고민하다 마지막 한 잎까지 보리밥

쌈으로 내어주는 어무이 같은 여자

싸울 일 없는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깔스런 여인

함부로 손 대지 마라

은장도의 자존을 뽑아 꼭지째

툭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