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이형곤
자욱한 산안개 때문인가
네비 아가씨마저 길을 잃어
꼬불꼬불 산 길을 한참을 헤맨 끝에 자동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곳에 나타난 절 하나,
마침 스님 한분이 나온다
“스님 말씀 좀 묻겠습니다”
“주지스님 속세 이름이
심정자입니까?”
약간 당황하면서도 합장하며
“네 석호 스님입니다만”
주지 석호스님은 사촌 누님의 맏딸 정자다
대학 졸업하고 무슨 학원을 한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결혼도 안 하고 부처님 제자가 되어 이곳 곤명면 작은 사찰에 와있다
남해 가는 길에 들렸다고,
건강하냐고,
그리고는 말이 끊겼다
조카라고 해도 스님에게 하대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고
절 입구에 다소곳이 핀 해당화가
이채롭다
“스님 해당화 아닌가요?”
“네” 조용히 손을 모은다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서는 내 마음 속엔 바닷가 사구를 떠난 해당화나 영문과를 나와 부처님 제자가 된 조카스님이나 둘 다 생뚱맞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