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김정숙
한 곳에 뿌리 내려
터 잡고 살아내기란
비바람 거친 파도
헤쳐 나오는 항해였다
가시돋힌 말들도
뿌리 채 흔들던 아픔도
무너트릴 수 없었던
신념의 돛으로 지켜왔다
수 갈래 가지마다
생채기 끌어 안고
보듬어 온 날들은
연연두 빛 잎을 만들고
피빛 꽃을 피워내고
순례의 메달을 달았다
이제
돛을 내리고
날아드는 새들의 노래를 듣자
눈물나도록 청아한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