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김승준
사람이 요렇게 간사한 기다
내가 쪼매도 없을 땐
누가 지나가다 흘린 쌀 한 톨도
내겐 세상에 전부였는데
그런데 말이다
배시때기가 조 매 불러오니
싹 다 잊어버리고 말더라
배 굶고 다녔던 지난 날을
누가 지나가다 흘린 게 아니라
내 손에 쥐여준 쌀 한 톨을 바라보며
가잖은 표정을 짓는 내가 너무 웃기지 않나
내가 고작 이 쌀 한 톨에라는 마음이 든다는 게
내사 이제야 알겠다.
와 어르신들이 오래 살고 볼 일이라 했는지
내사 아직도 고생을 덜 한 거다
나이만 처먹으면 뭐할끼고
똥인지 된장인지
아무리 내 손가락으로 찍어 처먹어봐도
인생을 모르니 말이다
내도 알고 싶다
요래 이러고 살다 보면
내사마 뒈지기 전엔
후회 한번 안 하겠나
마 아무도 없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