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가는 인생 이진섭

물들어가는 인생 이진섭
물들어가는 인생 이진섭


물들어가는 인생 이진섭

바람의 등쌀에 세월의 흐름에

번둥치며 꼬깃꼬깃 주워 담은

나잇살만 덩그러니

썩어가는 나이테 속살에 기대어 산다는데,

바랜 옷가지 찢기고 헐벗음에

허릿살 구부러지고

무지개다리 건너 뛰놀던 아련한 기억

맞잡은 손아귀만 하염없이 떨고 말았다.

인생을 당기는 낡은 동아줄이

언제 끊어질 줄 몰라 애태워도

쌓인 근심 넘치는 곳엔

빛바랜 백발 뿌리만 흐느끼는 머릿결!

뜰 앞의 장승으로 풀 섶의 기둥 되어

말없이 버리지 못한 상처만이

등껍질 새하얗게 벗겨진 채로

이렇게 오래도록 지우지 못하여 버틸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