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김지희
강물은 윤슬이 되어 흐르고
그 끝자락엔 노을이
내 마음속 무인도를 만들어
누구를 기다리며 그곳에서
머무르고 있었을까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가슴으로 파고드는데
구슬피 울어대는
가을밤 풀벌레는 무얼 위해
울어 우는 걸까
사랑의 징검다리는
검은 물빛 위로 펼쳐져
있건만
그저 지저귀는 산새 소리만
애 닿게 와 닿는다
슬픔의 무게는
살아온 흔적을 남겨둔 채
오늘도 유유히
강물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