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김밥에 빠지다 김경림
태풍이 몰려오는데
배가 고프다
아침에 복숭아로 밥 대신하고
저녁이 되니
전에 먹었던
꼬마 김밥 생각에 사 들고 와
컵에 물을 따라놓고
정신없이 먹네
싫어하는 기름 찌든 냄새도 안 나고
입에 착착 달라붙어 이가 불편한 줄 모르고 먹었다
이렇게 깔끔하고 맛있는
꼬마 김밥이 있어도
지나쳐 가버리고
여름이 지나서야 너를 만났다
걷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버스에서 짧은 생각을 하고
허전한 뱃속이
허전한 마음이
불안을 일으켜 세우는데
안절부절못하던 몸짓이
안정을 찾고 있다
똑같이 만든 꼬마김밥에
빠져들다니
지금은 약보다 음악보다
치료의 손처럼 만족을 느낀다
말 한마디에 간이 쪼그라들고
오늘 쓴 것 기억 못 하면서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처럼
삶도 시간도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