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깃발 윤석진

나무의 깃발 윤석진
나무의 깃발 윤석진


나무의 깃발 윤석진

나무의 손에서 제 몫을 하는 절개는

깃대 높이 수없이 펄럭인다

나눔이라는 잎새를 수놓은 사람도

선구자의 바람이다

오직 산자를 덮은 것은 이슬뿐

고로쇠나무 심장에 외치던 단풍은 가고

하나씩 내려앉은 벌거숭이 길

이제 바람마저 낡아지고

길 잃은 그림자는 누구를 반기며 지는지

깊이 묻은 구도의 길 따라 날린다

묵묵히 버텼다는 건

이룰 수 없는 기운이 숨어 사는지

노거수 걸린 깃발은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