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도 한 소절이면 돼 이용식
어둑한 가로등이 쓸쓸해
낙수가 토한 처마 끝 새벽을 깨웁니다
어깨가 보일락 말락 세월을 단련하던 곳
병명을 논한 그 말도
한알 한알씩 옮겨간 마음 사용 연한이 담겼을 결로
정겹다던 밤
약아빠진 목줄의 이유가 널린 통성명은
머리카락이 뇌인 말수로는 그때야 알아버린 바람도
그저께를 만나온 비를 보낸 인생엔
귀 하나로 살아남을 앉은 자리가 과분해진 고향 따라
물길 한 움큼을 위한 기도로는
또 한참을 더 헤아려 볼 나이를 알아가는 것과
잘 익은 노을도 고독이 걸린 먼 참견까지
그리도 고마울 나이
평행으로 난 철탑이 뜻 모르고 누운 자리
합창하듯 타이른 여름이란 파편이 소복이 실려 가던 날
끝말잇기가 한창인 어귀가 펄럭입니다
눈이 따라간 밤
두툼한 미소까지 외손자의 등을 토닥인 첫 말귀도
꿀 떨어진 젓가락의 행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