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다발 이진섭
옴짝달싹 움직일 수 없기에
배배꼬인 실타래 하나로
오직 그대에게만 건네야 할
마음의 순결을 간직하고 있었죠.
때로는 다소 곧 앉아 고개 숙이고
때로는 다리 펴 누워 그댈 보기에
두 어깨가 무거워지도록
심어놓은 새파란 씨앗은
너른 햇살 받으며 쌓여만 가는데,
갑작스레 뚝 떨어진
말 없는 빗방울 소리의 다가옴이
혹여나,
멀어진 꽃잎 하나쯤
이별 뒤의 해후되어
그대 하얀 손등에 올라타려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