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가 남긴 긴 여운 정종명
해맑은 소녀들이 모여 나누는
수다에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의 페이지를
뒤적이며 하르르 웃는 소리가 간지럽다
억센 파도가 연락선에
부딪혀 부서지는 하얀 열정처럼
암울한 세상 때 묻지 않은
착한 심성에 지나던 거센 바람도
숙연히 옷깃을 가다듬고
하회탈 같은 소탈한 미소가
세파에 찌던 세상의 풍파를 제우는
짧았던 하룻밤 밀어가 남긴 긴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