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픈 버어먼초 이진섭
달그림자 옷깃에 여민지 오래
느지막이 달려오는 하얀 송이
먼동이 타들어가는 내 곁에
가을을 남기고 떠나버린 그대가 밉다.
떼구루루 나뒹구는 별 조각엔
반짝이는 아리아의 손끝에서 물든
따사로운 계절의 바람이 불어오고,
혹여, 찰나의 마술이었나!
아기 석장으로 갓 태어나
한 해를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쓰라린 가슴 내던지고 돌아와
온종일 앙탈 부리며 보채기만 했었지,
넌지시 던진 촉촉한 밤이슬은
메말라 사라지라 했거늘,
폭삭 썩어가는 골 바가지의 고인 물만
꿀꺽꿀꺽 한없이 들이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