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향수 박명숙
아, 눈감으면
밤하늘 은하수는 내 맘에
쏟아져 내리고 반딧불 떠다니는
고요한 산천은 평화로웠다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던
풀벌레, 개구리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렸던 꿈길
마당 모퉁이 구석진 곳엔
달님 따라 지새운 달맞이꽃의
차갑게 스미는 밤
사랑의 빛으로 그리움 삭히듯
하얀 밤을 꼬박 올려다본
그 여름밤의 연가를 불러본다
새벽하늘이 어둠을 무르고
뜨겁게 달군 한낮의
태양 아래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배롱나무꽃은
뜨거움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일을 기도하듯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여름날이 무르익는다
옛날의 풍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갈 수 없는
추억만이 향수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