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시장에서 김정숙
골목마다 소란스러운
사람들 무리 속에 보이는 삶의 무게
귤 탑을 쌓아 올린 할머니
아슬아슬 인생 탑 주름살 위로
햇살이 눈부시다.
귤과 함께 눈부신 햇살은 덤으로 샀다
어느 바다에서 이곳까지 왔는지 모를
지금은 투박한 아저씨의 손에서
얼어버린 순간에 머물러 있는 동태를
스스럼없이 값을 치르고
그 삶의 마지막을 내가 가졌다
할머니는 주름살 위로 아슬아슬
또 다른 귤 탑을 쌓을 것이고
짠 내 가득한 바다와 파도 소리를 닮은
또 한 마리의 동태가 공중에 매달리겠지
소란스럽던 거리에는
고요가 어둠을 부르고
봉지 속 귤과 동태는
어둠이 어지러울 뿐이다
돌아오는 길은
거부할 수 없는 그림자가
뒤를 가만히 따르고
붉디 붉은 노천시장의 노을 빛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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