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행간에서의 노숙 문영길

허공에 턱 괸 달빛에선 하품이 늘어지고

관음의 쫄깃한 속살 엿보던 고양이가 보채는

야릇한 울음 귓가에 거슬린다

행간에서 노숙하며 서정에 취하던

시인의 행색은 초라하고 눈동자는 몽롱하다

나르시시즘을 견디지 못해 지린내 나는 전봇대를 붙잡고

밤새 게워내는 조잡한 감흥

떠돌이 개가 먹어 치운 역겨움은 어리마리하고

그 와중에도 벚꽃은 몽정 중이다

느슨한 행간을 벗어난 군더더기를 지운 지우개밥에서

쉰내가 진동하고 느낌은 의뭉스럽다

윤동주를 베고 누우면 별빛은 더 파리해지고

난해한 문장들이 전단지로 굴러다녀

표절의 흔적을 쓸어 담는 늙은 청소부의 폐에선

가래가 쿨럭거린다

전위에 치중된 자폐증 앓는 행려병자의 주머니가

받침 없는 신음으로 불룩하고

제 그림자에 구겨 넣은 사유의 뒷모습이 우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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