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 맹태영
그 여자의 엄마는
이십 년 전에 어렵게
임대 아파트를 분양받고
힘겹지만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며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
노점 과일상을 하면서
딸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무슨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건실한 남자를 만나
손 귀한 집안에 아들을 낳고
깨가 쏟아지게 잘 산다는 소식이
경로당 할머니들 입에 오르내리기를 오 년
며칠 전 이른 아침
아파트에 소방차와 앰뷸런스
또 경찰차도 출동하고
사람들은 차량 주위로 몰려 웅성거리고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우울증으로 누군가 가을 낙엽처럼
떨어졌다고 말이 말을 전한다
오늘처럼 추운 겨울에
어느 집이 이사를 간다
사다리차는 아파트로 긴 손을 내밀어
꾸러미 꾸러미 받아 용달차에 싣고
앞장서서 새집으로 길을 떠난다
어디선가 날아온 새끼 까마귀
목청껏 울음 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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