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골에 가면 박동환
겨울바람 차가운 시골에 가면
장작 태우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따뜻한 꿈이 피어오르는
낮은 지붕의 굴뚝에서
마음의 고향을 찾는다
아랫목에 누워 등 지지다
살갗이 빨갛게 부어올라도
누렇게 뜬 장판처럼
추위에 이불을 덮어쓴 채
발가락만 곰지락거리던
머리가 잊은 것을 찾는다
논두렁에서 바람에 잘려나간
이삭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두 발로 밟아 드러누워
마르고 윤기 없는 가을의 추억은
몸통이 잘려 외로운 발만 서 있는
황량한 논에서 길을 찾는다
가끔 한 번씩 기억의 저편에서
불쑥 튀어 오르는 그것
찬바람이 싸늘하게 온기를 앗아가지만
훈훈함이 살아있는 그곳에 가면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있는 듯
시골은 그런 곳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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