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고쳐주세요 박명숙

신발 고쳐주세요 박명숙
신발 고쳐주세요 박명숙


신발 고쳐주세요 박명숙

이른 아침 세평 남짓

신발 수선방 문이 열린다

쥔장이 있든 없든

메모지가 붙은 쇼핑백이

작은 구두수선실에

구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켤레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수명을 연장해 준 수선공

한쪽으로 기운 신발을

재단하고 덧대고 두들기고

붙이고 광을 내어

새롭게 탄생한 신발

우리동네 터줏대감 덕분이다

세평의 좁은 공간에서

천 리 길을 반듯하게

다시 걸을 수 있는 인생길

내 신발은 안다

부지런하고 편안한

임자의 냄새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젖지 않고 눅눅하지 않게

또박또박 걷게해 주는 내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