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이형곤
꽃씨를 줍던 아낙은 춘백이
한창일 때
지병으로 숨졌다
한달음에 내달리던 언덕배기가
저토록 가팔랐던가
상두꾼 만가 소리가 끊어질 듯
힘겹게 이어간다
지천에 동백이오
눈에 띄는 게 봉분이라
꽃도 사람도
죽어서도 정든 섬을 끌어안고
있구나
동백 섬 동백 숲에
꽃이 진다
다비식 불덩이마냥 뚝뚝
떨어진다
나뒹구는 꽃이나
매달린 꽃이나 하나같이 빨갛게
멍들었구나
애먼 소리 들을 세라
동박새만
이 가지 저 가지로
몸 둘 바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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