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포 그 후 이용철

부산포 그 후 이용철
부산포 그 후 이용철


부산포 그 후 이용철

흐린 바다 너머

겨울새들이 몸부림하다가

기진해 뭍으로 돌아왔다.

낮게 엎드린 섬 뒤에는

보이지 않는 적들이 웅크리고

바람에 풀들이 서걱거렸다.

전쟁이 나자 붙잡혀 간

우리 백성이 화살받이가 되고

아비와 자식이 적이 되어 싸웠다.

화포로 적선을 침몰시킬 때

썰물에 떠내려가는 적의 병사들이

우리말로 살려달라 외쳤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적의 말똥에

섞여있는 곡식 낱알을 발라 먹었고

남쪽 바다 위로 해는 늘 새롭게 솟아올랐다.

사백삼십 년 지난 부산포에

죽은 백성들 고향에 돌아오듯

파도는 물골 너머 울부짖으며 뒤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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