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포 그 후 이용철
흐린 바다 너머
겨울새들이 몸부림하다가
기진해 뭍으로 돌아왔다.
낮게 엎드린 섬 뒤에는
보이지 않는 적들이 웅크리고
바람에 풀들이 서걱거렸다.
전쟁이 나자 붙잡혀 간
우리 백성이 화살받이가 되고
아비와 자식이 적이 되어 싸웠다.
화포로 적선을 침몰시킬 때
썰물에 떠내려가는 적의 병사들이
우리말로 살려달라 외쳤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적의 말똥에
섞여있는 곡식 낱알을 발라 먹었고
남쪽 바다 위로 해는 늘 새롭게 솟아올랐다.
사백삼십 년 지난 부산포에
죽은 백성들 고향에 돌아오듯
파도는 물골 너머 울부짖으며 뒤채었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