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친정 이정민

빛바랜 친정 이정민
빛바랜 친정 이정민


빛바랜 친정 이정민

낡고 늙으면 볼품없어지기는

집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

어머니 손길이 닿던 작은 화단

제 알아서 피는 꽃은 시들하고

세월이 무수히 흘렀음에도

눈 부신 햇살

온화한 달빛 여전한데

딸들에게 그릇그릇 담아주시던

간장 된장 고추장

텅텅 비어 허전한 장독대에

어머니의 발자국 멎은 지 오래다

먼 곳도 아닌데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불효

갑자기 들이닥친 겨울바람이

내 가슴 후벼 파는 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 메인 음성

귓전에 울린다

“얘야 한 번 다녀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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