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모서리 문영길
애국가가 끝나고 TV 화면에서 눈을 떼면
지겨움 뒤로 심심함이 밀려오는 상실의 시간
노인은 남은 어둠의 길이를 잰다
그의 취침시간은 늘 새벽 첫차가 지나간 후라서
그동안은 멀뚱멀뚱 천장의 무늬를 센다
막걸리 두 통이면 수형의 시간을 너끈히 넘기는데
홀쭉한 주머니는 냉정하다
곰팡이 번식하는 습한 어둠 속에서
드라큘라처럼 신선한 절망의 목덜미를 깨문다
검은 피가 외로움의 수명을 연장해
잠시 후엔 잠든 척 꿈을 배회할 시간이다
독거노인의 환한 낮은 녹화되어
어둠 속에서 권태로 재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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