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을 이정민

아버지의 노을 이정민
아버지의 노을 이정민


아버지의 노을 이정민

제 몸 불덩이

되는 줄 모르고

꼭두새벽부터 달려온

긴 하룻길이 서산에 닿았다

거친 호흡에 뿜어져 나오는

식지 않는 열기는

추측할 수 없는 거리를 뛰어넘어

잔잔하던 내 가슴에 들어와

불에 덴 것처럼 아픈 까닭은

온종일 여름 해를

따라다니시다 밤이 되어서야

발갛게 타서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돌아누우신 모습이

하늘 저편에 비쳤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름다운 끝에

슬픔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되는 때가 있다

아, 오늘 보았던 노을은

그 옛날 거역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그때의 아버지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