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 김해정
장독대 아래
빙그레 웃고 있는 봉숭아꽃
물 머금은 듯 두툼한 볼 위로
초승달 별빛 타고 내려오면
평상 위에 색색의 꽃잎 모아
초록 이파리에 백반을 넣고
콕콕 박힌 마음 짓무르게 찧어
손톱마다 싸맨 첫사랑 같은 설렘
잠결에 빠질세라
붉게 붉게 타는 가슴에 피어나는
노을빛 행복의 웃음소리 따라
한여름 알알이 여문 꿈이 톡톡 터진다
주홍빛 그리움 품은
사랑이 조금씩 잘려 나가도
첫눈 내리기 전까지 기다릴 거야
손톱 끝에서 머문 찰나의 증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