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이윤선
어머니의 등은 뱃가죽이 들러붙은
보릿고개 세월도
등에서 등꽃 향기가 나풀나풀 흔들렸다
어부 봐! 소리에 껌딱지가 되곤 했던
내가 새근새근 잠이 들면
바람이 다가와 등꽃 향기를 흔들었다
자장, 자장 콧노래 따라
보랏빛 등꽃 향기가 속없는 비바람에
사릿눈처럼 떨어졌다
가녀린 어머니 등이 휘는 모진 세월은
향기 없는 할미꽃이 되어
나의 등에 등꽃을 피게 이제 잠이 드신다
굽은 척추에 등꽃이 피던 보릿고개는
시리도록 거죽이 들러붙은 아득한
시간을 칭칭 감아 오르는 등나무
가지처럼 되지 못하셔도
나는 어머니 등에 여전히 등꽃 향기에
취에 새근새근 꿈을 꾼다
울 어머니 가슴에도 등꽃 향기 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