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봄

프라하의 봄
프라하의 봄


프라하의 봄

그들은 지구의 둥근 네 귀퉁이에

마주 보며 서 있다.

하늘나라 군대에서 쫓겨난

네 명의 마왕들.

지구의 네 귀퉁이에는

구름이 끼어있고

묵직한 자물쇠 네 개가 걸려있다.

해묵은 기념비의 그림자가

햇볕 쏟아지는 길 위에 누워 있다

징역의 시간에서

춤추는 시간으로,

장미의 시간에서

독사의 시간으로,

웃음의 시간에서

증오의 시간으로,

희망의 시간에서

절망의 시간으로,

그리고 그 절망의 시간에서

피가 맺는 죽음의 시간까지는

단 한 발자국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목숨의 대행진.

수많은 세월들을 지나가면서

샌드페이퍼 위의 손가락처럼

우리가 울며 보낸 숱한 나날이

일 년 열두 달 계속되었다.

오늘도 나는 그 기념비 주위를 서성거린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며

묵시록의 멍에로부터 흘러 나오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대의 얼굴에 비석 그림자가 스칠 때까지

아양부리는 물을 생각하리라.

그것은 장미의 시간이다.

부탁한다 아들아,

분수대 위로 뛰어 올라가

나에게 읽어다오.

그 돌의 책장 위에 씌어진 글자들을.

첫 번째 복음서를 쓴 사람은 마태오

그러나 우리 중의 그 누가

진실로 기뻐하며

그의 생애에 단 한 자라도

높이를 보탤 수 있겠느냐?

두 번째 복음서의 저자는 성 마르코

그는 등불을 등경 위가 아니라

곡식 담는 말 아래 두려고

가져왔단 말이냐?

그리고 루키는 어떠했는가?

그의 눈은 육신을 밝히는 촛불,

그것도 수많은 육신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는 많은 독수리들이 모여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이 사랑하시던

성 요한은 어떠했는가?

그는 무릎 위에

뚜껑이 닫힌 책을 올려놓고 있다.

그래 됐다 아이야,

그 책을 펼치거라.

필요하다면 네 이빨을 써서라도.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