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그대에게
그대에게


그대에게

흔들린다는 것은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지금은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지금이기 때문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것은 그대이지만

그대가 흔들리는 것이지만

그대의 무게가 기울고 있는 것이지만

그대의 세계가 기우는 것이지만 숲 속의 새들이 놀라 푸른 하늘로 날라가는 것이지만

새들이 놀라 날개짓한다는 것은

그 날개짓은

무게가 기우는 것.

세상의 나뭇가지에 열매들이 사라지고 꿈들이 사라지고

흔들리는 것은 그대이지만 그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지만 나뭇가지에 흩날리는 햇빛이 어느 한

때이지만

담배연기같은 울먹임이지만.

-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