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독백 김기철
어머니!
비 그친 봄강에 빨랫방망이 소리 아련히 들리고
연초록 풀잎마다 맺힌 빗물
싱그런 햇살에 반짝이던 그때가 못내 그립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들리시나요?
이 못나고 못난 놈의 목소리
어머니! 어머니 보고 계시나요?
한평생 당신 가슴속 옹이 같은 이 못난 놈
지금도 어느 어둠 하늘 저편에서
전처럼 안타까이 지켜보고 계시는 건 아닌지요.
이제, 이제는 그만 다 잊으시고 맘 편히 쉬셔요.
또 전생의 질긴 인연 한 가닥 남아 있어
일겁(一劫)의 영원을 가로질러
안태(安胎) 강가의 버드나무 잎새 간지럼 태우던
실바람처럼
유년의 그 기억의 강가에서 다시 만나
이 못나고 못난 놈
설핏 여민 당신 앙가슴 파고들 때까지
부디 맘 편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