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안귀숙
텅 빈 가슴
향기롭게 가득 차고
무아지경이 되어 아찔하다
푸른 산자락에 나의 옷깃
향기로운 바람결
바람이 달려가니
더욱 깊어지는 호흡
산은 늘 말이 없어도
노래와 향기를 주고
마음도 놓고 흐르다가 감돌고
감돌다가 흐르는 바람처럼
일상이 그렇게 흘러간다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영겁을 노래하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본능적으로 번식하더라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온 누리에 씨를 내려
기쁨도 주고 그 공간에
심성을 가지런히 추스르고
마음껏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