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이윤선
꽃이 핀 자리에 지고 남은 귀퉁이
작은 이슬처럼 꽃이 피었다
늦었다는 말이 무색도록 발갛다
가방을 매다 멘 체 걷던 등굣길
마른 풀잎이 이슬에 젖어 햇살에
찡그린 늦은 아침은
그저 떠밀리는 말에 걸려 넘어지듯
가던 길이었다
시각이 흘러 자리잡지 못하고
꽃은 피었던지
꽃은 지었던지
다진 꽃 속에도 꽃 피는 이유를 미처 몰랐다
새벽 촉촉한 어머니 발등 위에 꽃물 드리는
꽃은 지각은 아니라며
생뚱맞게 너무나 빨겠던 기억
스멀거리게 꽃 진자리 꽃은 또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