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김순옥
모진 겨울 견딘
이 말 없는 산야를
삭풍 몰아칠 때
서로가 서로의 어깨가 된
흙과 나무와 바위들
지난한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혼신 깊숙히 스며들
애절한 분홍을 꺼낼 줄
너는 아는구나
이 말 없는 산야
말 없음의 말 없는 것들의
심금을 울리기 위해
극치의 분홍을 꺼낼 줄
너는 아는구나
이 말 없는 산야에
천년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너는 다시 천번이라도
무궁한 극치의 분홍으로
말 없음의 중심으로 스며들어
곱게 물결지어라
네 분홍에 선천으로 심취해
일생을 아련히 녹아들었던
내 영혼의 파장도
천번이라도
다시 곱게 호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