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화 이태기
그대 떠나보내고도 무연한 나는
무연히 일어나
무연히 핸들을 잡고
무연히 지나던 터널을 지납니다
이렇게 그대 가슴을 무연히도 뚫고 나옵니다
밤새 안녕하셨나요?
얇은 와인잔처럼
발원하는 샘물처럼
깊은 산 새소리처럼
금갈듯 겨울하늘처럼 맑기만 하던 그대
이 겨울 안녕하시길 빕니다
들썩이는 어깨로
그대 진술하던 사랑을 생각합니다
사랑은 쉬 흐려지고
쉬 상처 입고 쉬 깨어지는 거라고
사랑은 부푼 풍선
그래서 나누어 공유하지 않는 거라고
내일은 그대 보듯 매화나무를 보러 갈 겁니다
그대 닮은 그 강언덕 매화나무는 그대로 있을까요?
속마음 다지며 강바람 견디고 있을까요?
눈 날리고 꽃샘바람 불면
속눈썹 곱게 뜨며 그대처럼 말하겠지요
사랑은 눈발 속 목숨 같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