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핑계 나영민
햇살은 쏟아지고
창문으로 차가운 공기가
우러러 밀고 들어오는 아침
작은 도마뱀 한 마리
위급한 상황이 있었는지
꼬리가 잘려 웅크리고 있다
낯선 이방인의
내왕에 흠칫 놀라는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 자를 것도 없는
몸뚱어리만 달랑 남았으니
꼼짝달싹도 못하고
죽었다는 시늉에 헛웃음
오직 살 길은 그것뿐이었을 터
생사를 가르는
지금 이 순간 나 편하고자
너를 내 보내려 애간장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