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 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