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로 부터 김순옥
그리움이 시작되던 강나루
한시절 영혼의 두루마리를
한없이 침염하던
보라빛 물결들
들국화 출렁거려 설레던 그 강변
일어서고 스러지는 바람따라
강물은 일진일회 해안으로 흘러가고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애써 외면하고 가둔다 해도
지병으로 도지던 가을
아릿한 멍울하나 어김없이 살아나
그 강변에 도착하면
범람하던 황토물 속에
삼각주 섬으로 남은 황무지를
부르트도록 부여잡고 내리던 뿌리
조촐한 네 삶의 집착과 노래는
유실되지도 퇴색하지도 않아
그때나 지금이나 그윽한 숨결
아득하게 흔들려 오면
여민 가슴계곡을
열고오는 경건한 어휘들 중
경작…..
아! 다시
그 무엇을 경작할 수 있을까…..
한 생을 어김없이 탕진한 빈 들녘
저 하늘허리 퇴행한 뼈마디들
휘돌아가는 써늘한 바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