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석양 박민석
저 언덕엔
노병(老兵)이 누워 있고
오랜 옛날의 숨결
귀담아 듣는 졸병 하나는
노송에 기대여 말없이 섰습니다
앵두 같은 붉은 노을
검푸른 산 넘어 이글거리고
향수에 젖은 졸병의 눈시울엔
뜨거운 눈물 하염없이 흘렸다는
선배의 정다운 말씀
여기는 백령이라 불리는
고요한 섬
낙조에 반해버린 끝없는 시정이 고민처럼 왔다가 갑니다
옛날,
포성이 자자 했다던 해안
꿈결 같은 고깃배만 바람 타고 갑니다
여기 이 언덕가에
홀로 섰습니다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노을 속
외로이 섰습니다
그리움이여
빛 따라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