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나기 차성기
한가닥 바람기도 없는 무더운 날
갑자기 분수처럼 쏟아지는 시원한 소나기
축 늘어진 도시와 나무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물벼락을 씌우고 도망치는
장난꾸러기 같은 소나기
소나기의 불 같은 정열에
가로수들은 정신없이 휘어져 돌아가고
마당 어귀에서 미 자랑을 하던
파초는 아예 목이 부러질 지경
해바라기를 짝사랑하고
그 목을 타고 올라가던 나팔꽃도
소나기의 훼방으로 어쩔 수 없이
뜨거운 연정을 식히는 여름
해변에서의 소나기는 분주한
여름 바다를 잠재우는 자장가 같이
파도를 잠재운다
그 조는 듯 갓난아기처럼
순해진 바다
산 속에서는 소나기가 그쳐도
여전히 빗소릴 듣는다
세수를 한 그 많은 잎새들이
후둑후둑 분주히 물방울을 털어낸다
소나기의 매력은 빨리 걷히는 것
언제 왔더냐는 듯이 볕이 반짝 나고
하늘은 비눗내가 풍길 정도로
깨끗하고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