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소화 또 다른 김순옥
이제 외진 궁궐 담장밑에 잠들었던
가여웠던 소화는 노래 하지마라
오래 전 부터
소화도 동정받고 싶지 않았으리
이미 사임당도 황진이도 난설헌도
승화시킨
봉건에 지난 일
하늘도 능멸했다는
능소화, 종자식물도 단성화도 아닌
제 심장의 음률따라 멈출 수 없는
생명의 본능을
죽은 나무라도 돌담이라도
뿌리줄기를 감아 올린다 혼신을 다해
벼랑이 벼랑끝에 서면
허공이 허공끝에 서면
제 몸이라도 감아 올리다
저 절체절명의 칠전팔기를
하늘 마주해 당당하고자
태양과 별과 달과 구름과 바람과
비의 뜻을 천착하고자
비바람에 버틴 피멍든 무릎
땀이 비오듯, 핏발이 눈을 찌르듯
염천을 불태우며 숙성시킨
네 몰입의 주홍화염과 농염을
황홀한 꽃가지 긴 그네줄 출렁거리는
네 생명의 노래를
아끼없이 툭툭 던진다
사랑의 복마전이 된
저 궁전의 담장 아래로
소화
하늘 마주해 부끄럽지 않았던
네 저리고 저렸던 단장의 사랑
오롯이 명예로 부활시킨 영광
스스로 머리에 얹는 꽃
저 자긍의 어사화를
저 자긍의 서사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