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물다간 중에서 지훈태
숲은 바람에
길을 내어주고
어둠은 초침을 달구며
아침에 다가설 즈음
호수의 등을 두드리고 나르는
철새의 날갯짓에
한 계절이 툭 고개를 떨구며 가고 있다
눈물을 흘릴수록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촛불처럼
머물다간 중에서
태워내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작금(昨今)은 어우러져 흐르는데
무엇을 남겨야 하며
무엇을 보내야만 하는가